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Mr. Know

Notes
보들레르: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a ou je ne suis pas.
다른 말로 하자면 :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닌 곳에서라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
좀 더 의미에 맞게 해석한다면 : 어디든 지금 내가 있지 않은 곳이 내가 나 자신인 곳이다.
또는 아주 대담무쌍하게 옮기면 : 어디든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삶의 속도가 그처럼 극적으로 느려져 있어서 블루는 이제 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놓쳐 버렸던 것들까지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햇살이 매일같이 방을 지나가며 어떤 궤적을 그린다거나 태양광이 언제 어떻게 눈에 반사되어 방의 맨 안쪽 천장 구석을 비춘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까지도. 자신의 심장 박동, 숨소리, 눈 깜박임 - 블루는 이제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의식하고 있는데, 그가 아무리 무시하려고 애를 써도 그것들은 끝없이 도돌이 되는 무의미한 구절처럼 그의 마음에서 떠나려고 들지는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구절들이 차츰차츰 어떤 의미를 띠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잃어버린 기회 역시 받아들인 기회와 마찬가지로 삶의 한 부분이며 어떤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었던 일에 머물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지금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대여섯 살 아니면 일곱 살 무렵의 일을 얘기하고 있다. 이제는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이 망각 속에 묻혀 버렸고, 기억이 나는 것들마저도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내가 마음 속에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간직해 왔다고 해서 그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을 지금도 느낄 수 있는 한 그런 가정들이 거짓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욕망이 아니라 지식에 대해서, 두 사람이 욕망을 통해 그들 각자가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보다 더 강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아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지식이 나를 변화시켜서 실제로 내가 더 인간적인 기분을 느끼도록 해 준 듯 싶다. 소피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마치 다른 모든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진실로 있어야 할 곳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어느 곳이었으며, 설령 그곳이 내 안에 있다 하더라도 거기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곳은 자아와 비자아 사이에 있는 작은 틈이었고, 난생처음으로 나는 그 어디인지 모르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의 정확한 중심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를 듣기 원하고 그래서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말 속에 진짜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상상하면서 우리 자신을 이야기 속의 인물로 대체시킨다. 마치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기만이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때로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알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삶이 계속될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불확실해져서 우리 자신의 모순을 점점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된다. 누구도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바로 그 간단한 이유로.
삶에는 유리하게 접어줄 조건도 없고 불운에 제한을 둔다는 규칙도 없다. 순간순간마다 좀 전과 마찬가지로 비열한 속임수에 당할 각오를 하고서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