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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 조르주 페렉

Les Choses: Une histoire des annees soixante (1965)

사물들 표지|150

Notes

책으로 둘러싸인 벽들 사이에서, 오로지 그들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사물들에 둘러싸여, 멋지고 단순하며 감미롭게 빛나는 사물들 사이에서, 삶이 언제까지나 조화롭게 흘러가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삶에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다. 홀연히 모험을 찾아 나서기도 할 것이다. 어떤 계획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원한이나 쓰라림, 질투를 맛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소유와 욕망은 언제나 모든 지점에서 일치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균형을 행복이라 부를 것이고, 얽매이지 않으면서 현명하고 고상하게 행복을 지키고, 그들이 나누는 삶의 매 순간 이를 발견할 줄 알 것이다.

그들은 테이블에 죽치고 앉았다. 자신에 대해, 세상, 온갖 것, 별 볼 일 없는 것, 취미, 야망에 대해 떠들어댔다. 어느 도시나 있기 마련인 편안한 바를 찾아내서 새벽 1시까지 위스키와 브랜디, 진토닉을 앞에 두고 저버린 사랑, 욕망, 여행, 거부와 열정을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레퍼토리가 똑같은 것에 대해 조금도 놀라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
처음의 공감에서 그저 그런 관계, 점점 뜸해지는 전화 통화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드물기는 해도 우연한 만남, 서로의 필요에 의한 만남으로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정이 자라나기도 했다. 이처럼 해를 거듭하면서 그들의 우정은 서서히 공고해져 갔다.

그들은 자유에 탐닉했다. 세상 전체가 손안에 있는 듯했다. 그들이 느끼는 갈증의 리듬에 충실했고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열정은 끝이 없었다. 밤새도록 걷고, 달음질치고, 춤추며, 노래할 수도 있었다. 그 이튿날은 서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극단적인 결심을 했다. 담배를 끊겠다든가 술을 다시는 입에 대지 않겠다, 또는 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식의 결심이었다. 자신들의 존재가 무의미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이 잊지 못할 취기 어린 날의 기억에는 무엇인가 아련한 할 수 없는 흥분과 모호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마치 한잔하러 간 일이 근본적인 몰이해와 끈질기게 따라붙는 분노, 도저히 떨쳐 낼 수 없을 듯한 단단한 모순을 자극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조화로운 상태가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사소한 불협화음, 대수롭지 않은 주저의 순간들, 무례한 태도만으로도 그들의 행복은 무너져 내렸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일종의 계약, 그들이 대가를 지불했던 무엇, 불안정하고 딱한 무엇인가, 잠깐의 행복한 순간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더 위험하고 더 불확실해 보이는 일상과 삶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들은 삶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방에서 삶을 누리는 것과 소유하는 것을 혼동했다. 그들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싶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했지만, 그들에게 무엇 하나 가져다주지 않는 세월은 마냥 흐르기만 했다.

자신들이 가장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자위했다. 아마 옳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타인의 불행을 지워버림으로써 본인의 불행을 확대해 보여 주기 마련이다.

가난보다 더 끔찍한 것은 궁색함, 옹졸함, 얄팍함이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기적이나 사상누각에 세운 어리석은 꿈 외에 다른 출구가 없어 보였다. 미래 없는 꽉 막힌 삶으로 암울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질식할 것 같았다. 침몰하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삶은 마치 고요한 권태처럼 아주 길어진 습관 같았다. 아무것도 없지 않은 삶.

예전에, 이 예전이라는 것이 세월에 따라 하루하루 후퇴하는 시간이어서 마치 그들의 이전 삶이 전설이나, 비현실 혹은 모호함 속으로 파묻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그들은 적어도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광기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이런 강렬한 욕구가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기도 했다. 앞쪽으로 팽팽히 당겨진 듯한 조급하고 욕망에 사로잡힌 느낌으로 살았다.
그리고? 무엇을 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무엇인가, 아주 천천히 파고드는 조용한 비극과 같은 것이 그들의 느려진 삶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아주 오래된 꿈의 파편 가운데, 형태 잃은 잔해 가운데 그들은 방향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들은 경주의 끝, 6년 동안 삶이 굴러온 모호한 궤도의 끝, 어느 곳으로도 인도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우유부단한 탐색의 끝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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